분류 전체보기5 내일을 기대하는 오늘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고 있다. 집 밖을 나설 땐 마스크 쓰기, 집에 와서는 손부터 씻기. 손님이 반 이상 끊겨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자영업자들과 돈을 벌기 위해 나선 직장에서조차 감염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 개강이 한 달 이상 미뤄진 대학생도 이 중 하나다. 집에만 있어도 될 합법적인 이유가 생겨버린 대학생들. 하지만 3월에 이렇게까지 여유로워본 적이 없던 우리들은 사실 좀 당황스럽다. 막 피기 시작한 꽃들과 따듯한 봄바람. 3월 초에만 느낄 수 있는 학교의 그 설레고도 어색한 공기를 마주해야하는데. 이를 느끼지 못하는 새내기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는 맛이 무섭다고, 그걸 이미 알고 있는 대학생들 모두 집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좋았다. 좋았던 .. 2020. 3. 12. 마녀 배달부 키키 - 검정 원피스에 빨간 리본 일본 특유의 잔잔한 생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유독 그 생활 감성을 스튜디오 지브리의 영화들에서 찾곤 한다. 지브리 영화에는 영원히 잃고 싶지 않는 그들만의 색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음 속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작고 조용한 마을 속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은 영화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보았다. 검정 민무늬 원피스에, 빨간 리본. 어둠 속에서는 눈만 반짝거릴 것 같은 까만 고양이 지지와 빗자루 한 개. 꼬마마녀 키키는 항상 이런 모습이다. 키키는 떠난다. 자신이 살아온 마을을 떠나, 진정한 마녀로 성장하기 위해 바다가 보이는 커다란 마을로 떠난다. 그리고 이 마을에서는 조용하고도 평화롭지만 조금은 시끌벅적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영화는 지브리 영화들 중에서도 유독 잔잔하고 별다.. 2020. 3. 3. 아이유 - 러브 포엠(Love Poem) "인간의 이타성이란 그것마저도 이기적인 토대 위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무것도 해 주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 괴로워 재촉하듯 건넸던 응원과 위로의 말들. 온전히 상대를 위해 한 일이라 착각하곤 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 내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참견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이제는 나의 그런 행동들이 온전히 상대만을 위한 배려나 위로가 아닌, 그 사람의 평온한 일상을 보고 싶은 나의 간절한 부탁이라는 것을 안다. 누군가의 인생을 평생 업고 갈 수 있는 타인은 없다. 하지만 방향이 맞으면 얼마든 함께 걸을 수는 있다. 또 배운게 도둑질이라, 나는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 노래를 불러 줄 수 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세상에게 받았.. 2020. 2. 26. 모브닝 -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나를 눈물짓게 할 테니까 아빠는 말씀하셨다. 너무 작은 것들까지 사랑하진 말라고. 작은 것들은 하도 많아서 네가 사랑한 그 많은 것들 모두가 언젠간 너를 울게 할 테니까. 나는 나쁜 아이였나 보다. 아빠가 그렇게 말씀하셨음에도 나는 빨간 꼬리가 예쁜 플라밍고 구피를 사랑했고, 비 오는 날 무작정 날 따라왔던 하얀 강아지를 사랑했고, 분홍색 끈이 예뻤던 내 여름 샌들을 사랑했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긴 갈색머리 인형을 사랑했다. 그래서 구피가 죽었을 때,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 샌들이 낡아 버려야 했을 때,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그때마다 난 울어야 했다. 아빠 말씀이 옳았다.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하지만 우는게 싫어 그들을 사랑하지 않기에는 내가 사랑한 모든 것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글.. 2020. 2. 23. 이전 1 2 다음